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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협의’ 논쟁, 민정수석실과 대법원장 사이, 아무도 기록하지 않은 그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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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대법관이 새로 임명될 때마다 언론에서 한 번쯤 등장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사전 협의”입니다. 대법원장이 공식적으로 제청서를 내기 전에, 청와대나 대통령실의 민정수석 라인과 미리 이야기를 나눈다는 이야기인데요. 이게 사실이라면 꽤 묘한 일입니다. 헌법에는 그런 절차, 어디에도 안 나와 있거든요. 그런데도 이 관행은 정권이 바뀌어도 크게 다르지 않게 이어져 왔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오늘은 이 사전 협의라는 게 도대체 뭔지, 왜 생겼는지, 그리고 이게 정말 문제가 되는 건지 한번 짚어보려고 합니다.

사전 협의는 언제부터, 왜 생겼나

사실 이 관행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닙니다. 대법관 인사는 사법부 내에서도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입니다. 대법원장이 아무리 훌륭한 후보를 골라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정치권에서 강하게 반발하면 임명 절차 자체가 파행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논리가 나옵니다. 어차피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미리 정치적 분위기를 파악해두는 게 오히려 인사를 원만하게 만드는 길 아니냐는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대법원장 비서실과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사이의 비공식 소통이 오랫동안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는 게 여러 취재를 통해 알려진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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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어디까지’가 협의인가

여기서 진짜 쟁점이 나옵니다. 단순히 일정을 조율하거나 절차상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이라면 크게 문제될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만약 특정 인물에 대해 청와대 쪽에서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그 결과 대법원장이 애초 염두에 두었던 후보를 슬쩍 바꾸는 일이 실제로 있었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제청권은 분명 대법원장의 권한인데, 그 권한이 행사되기도 전에 이미 청와대의 사실상 거부권이 작동한 셈이 되니까요. 몇몇 전직 법관들이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서 이런 취지의 증언을 내놓은 적도 있습니다. 물론 이걸 공식 문서로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애초에 비공식이니까요.

원만한 인사를 위한 장치라는 시각

반대로 이 관행을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도 분명 존재합니다. 국가 기관 간의 소통 자체를 무조건 부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논리입니다. 대법원장 혼자 정치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후보를 제청했다가 국회에서 몇 달씩 표류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그것대로 사법부 공백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습니다. 실제로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되면 재판 지연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결국 소송 당사자인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어느 정도의 사전 조율은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도 학계에 존재합니다.

사법부 독립성이라는 원칙과의 충돌

하지만 아무리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도,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준 이유 자체를 흔드는 방식이라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헌법이 굳이 대법원장의 제청이라는 절차를 따로 둔 건, 사법부 인사에 행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비공식 협의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사전 검열에 가까운 절차가 작동한다면, 조문은 지켜지는데 취지는 무너지는 상황이 됩니다. 형식은 살아 있지만 알맹이는 비어 있는 셈이죠. 이런 지적은 사법부 독립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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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성이 답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대안은 뭘까요.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안하는 방향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협의 자체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그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공개하자는 겁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장이 후보를 제청하기까지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외부 기관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했는지를 최소한의 형태로라도 남겨둔다면 지금처럼 소문과 추측만 무성한 상황은 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사일수록 당사자들은 기록을 남기고 싶어 하지 않을 테니까요.

마무리

결국 사전 협의라는 관행은 편의와 원칙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는 문제입니다. 완전히 없애자니 현실적인 부작용이 걱정되고, 그대로 두자니 헌법이 그토록 지키려 했던 사법부 독립이라는 가치가 조금씩 마모될 위험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다고 단정 짓기보다는, 이런 관행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국민들이 알고, 그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지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

이 글은 대법관 임명 절차와 관련된 일반적인 논의와 언론 보도, 학계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한 해설이며, 특정 인물이나 정권을 지목하거나 법률적 판단을 내리기 위한 목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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