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4년 연임, 한국은 5년 단임… 루스벨트가 4번 당선된 그날, 미국 헌법이 바뀌었다
들어가며
뉴스를 보다 보면 문득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4년씩 두 번, 최대 8년을 할 수 있는데, 왜 우리나라 대통령은 5년 딱 한 번만 하고 물러나야 할까요? 단순히 나라마다 제도가 다르다고 넘기기엔 그 안에 담긴 역사가 꽤 드라마틱합니다. 오늘은 두 나라의 대통령 임기 제도가 어떤 시대적 고민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그 탄생의 비화를 파헤쳐보겠습니다.
미국의 4년 연임제, 왜 두 번까지만 될까
미국 건국 초기에는 대통령 임기에 대한 명확한 제한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았습니다. 조지 워싱턴이 두 번의 임기만 마치고 스스로 물러난 것이 하나의 관례가 되었고, 이후 100년 넘게 이 불문율이 지켜졌습니다. 힘을 가진 사람이 오래 권력을 쥐면 결국 왕정과 다를 바 없어진다는 우려가 미국 사회 저변에 깔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관례가 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입니다.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초유의 위기 속에서 그는 무려 네 번이나 연달아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국민들이 안정적인 리더십을 원했던 것이죠. 하지만 루스벨트 사후, 미국 정치권에서는 아무리 유능한 지도자라도 한 사람에게 너무 오래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그 결과 1951년, 미국 수정헌법 제22조가 통과됩니다. 누구도 대통령직에 두 번 이상 선출될 수 없다는 내용을 헌법에 명문화한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조항이 특정 인물을 겨냥한 사후 입법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리 국민적 지지가 높아도 권력은 순환되어야 한다’는 미국식 민주주의 원칙을 재확인한 사건으로 평가받습니다. 즉 미국의 4년 연임제는 국민이 유능한 지도자를 반복해서 선택할 자유를 주면서도, 특정인의 영구 집권만은 절대 막겠다는 절묘한 타협의 산물인 셈입니다.

한국의 5년 단임제, 독재의 트라우마에서 태어나다
반면 대한민국의 5년 단임제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출발합니다. 이 제도를 이해하려면 1987년 6월 항쟁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한국 사회는 이승만 정권의 장기 집권 시도와 박정희 정권의 유신 체제, 그리고 신군부의 권력 장악을 연달아 겪은 뒤였습니다. 헌법을 마음대로 바꿔가며 권력을 연장하려는 시도가 반복되면서, 국민들 사이에는 ‘장기 집권 그 자체가 곧 독재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1987년 6월, 시민들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고, 결국 여야는 합의를 통해 현행 헌법의 뼈대를 만들게 됩니다. 이때 정치권이 내린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아무리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라도 재선의 가능성 자체를 원천 차단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연임이 가능하다면 현직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권력을 남용할 유인이 생기고, 이는 곧 과거의 비극이 반복될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임기를 5년으로 다소 길게 잡는 대신, 단 한 번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못을 박았습니다. 5년이라는 기간은 정책을 추진하고 성과를 낼 최소한의 시간을 보장하면서도, 재선을 노린 인기영합적 통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절충안이었습니다. 결국 한국의 5년 단임제는 제도 설계의 효율성보다 ‘다시는 독재를 겪지 않겠다’는 국민적 트라우마와 정치적 합의가 우선시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제도에 담긴 시대정신은 무엇이었나
두 제도를 나란히 놓고 보면 흥미로운 대비가 드러납니다. 미국의 22차 개헌은 위기 속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원했던 국민의 선택과, 그럼에도 권력의 영구화만은 막아야 한다는 균형 감각이 만든 결과물입니다. 즉 국민에게 반복 선택의 자유를 주되, 그 자유에 상한선을 긋는 방식입니다.
반면 한국의 5년 단임제는 국민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는 것보다, 권력자에게 애초에 재선의 유혹조차 주지 않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 결과입니다. 오랜 독재를 경험한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였던 셈입니다. 두 제도 모두 표면적으로는 ‘임기 제한’이라는 같은 목적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에는 각 나라가 겪은 전혀 다른 역사적 트라우마와 시대정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4년 중임제 개헌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5년 단임제가 정책의 연속성을 떨어뜨리고, 임기 후반 레임덕을 필연적으로 불러온다는 비판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제도를 선택하든, 그 밑바탕에는 반드시 그 사회가 겪어온 역사와 국민적 합의가 깔려 있어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참고
미국 수정헌법 제22조, 대한민국 헌법 개정사(1987년 제9차 개헌) 관련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홍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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