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리전 도메인과 브로드캐스트 도메인, “네트워크가 느려지는 진짜 이유”
들어가며
네트워크가 갑자기 느려질 때, 흔히 회선 속도부터 의심합니다. 하지만 실제 원인은 회선이 아니라 신호가 부딪히고 불필요한 신호가 여기저기 퍼지는 구조 자체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구조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 바로 콜리전 도메인과 브로드캐스트 도메인입니다.
허브가 실무에서 완전히 사라진 이유, 스위치가 사실상 필수 장비가 된 이유, 그리고 대규모 네트워크에서 라우터가 반드시 경계 지점에 놓이는 이유는 모두 이 두 도메인 개념으로 설명됩니다. 지난 글에서 허브, 스위치, 라우터가 각각 물리 계층, 데이터링크 계층, 네트워크 계층에서 동작한다고 정리했다면, 이번에는 그 계층 차이가 실제로 어떤 성능 문제를 해결하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콜리전 도메인이란 무엇인가
콜리전 도메인은 같은 순간에 두 장비가 동시에 신호를 보내면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범위를 말합니다. 이더넷은 원래 하나의 케이블을 여러 장비가 공유하는 구조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동시에 신호가 나가면 물리적으로 신호끼리 섞여버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충돌이 발생하면 해당 장비들은 전송을 멈추고 임의의 시간만큼 대기한 뒤 다시 시도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네트워크 전체의 실질 전송 속도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연결된 장비 수가 늘어날수록 충돌 확률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콜리전 도메인의 크기는 네트워크 성능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허브, 하나의 거대한 충돌 도메인
허브는 포트로 들어온 신호를 그대로 증폭해 연결된 모든 포트로 흘려보냅니다. 이 말은 곧 허브에 연결된 모든 장비가 하나의 콜리전 도메인을 공유한다는 뜻입니다.
- 4개 포트짜리 허브에 PC 4대를 연결하면 4대가 전부 같은 충돌 도메인에 속한다
- PC 두 대가 동시에 데이터를 보내면 반드시 충돌이 발생한다
- 장비가 늘어날수록 충돌 빈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런 구조적 한계 때문에 허브를 여러 대 연결해서 사용하는 네트워크는 규모가 조금만 커져도 성능이 급격히 무너집니다. 허브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단순히 오래된 기술이라서가 아니라, 콜리전 도메인을 전혀 분리하지 못하는 구조적 결함 때문입니다.
스위치, 포트마다 충돌 도메인을 나누다
스위치는 이 문제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스위치는 각 포트를 독립된 콜리전 도메인으로 취급합니다. 포트 하나에 PC 한 대가 연결되어 있다면 그 포트는 사실상 충돌이 일어날 수 없는 구간이 됩니다.
- 스위치는 MAC 주소 테이블을 참조해 목적지 포트로만 프레임을 전달한다
- 다른 포트로는 전달되지 않으므로 나머지 구간의 트래픽과 섞이지 않는다
- 결과적으로 포트 수만큼 콜리전 도메인이 나뉘어 충돌 자체가 거의 사라진다

이 차이가 바로 스위치가 허브를 완전히 대체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같은 4포트 장비라도 허브는 충돌 도메인이 1개, 스위치는 충돌 도메인이 4개인 셈입니다. 포트가 늘어날수록 그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브로드캐스트 도메인이란 무엇인가
콜리전 도메인이 해결되었다고 네트워크 성능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스위치로 아무리 잘 구성해도 여전히 남는 문제가 있는데, 바로 브로드캐스트 도메인입니다.
브로드캐스트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장비에게 동시에 보내는 신호입니다. 장비가 서로의 위치를 처음 파악할 때, 예를 들어 IP 주소에 해당하는 MAC 주소를 찾을 때 이런 브로드캐스트 신호를 사용합니다. 문제는 스위치가 이 브로드캐스트 신호를 연결된 모든 포트로 그대로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스위치는 브로드캐스트 도메인을 나누지 못한다
스위치는 콜리전 도메인은 포트별로 잘게 나누지만, 브로드캐스트 도메인은 나누지 못합니다. 스위치에 연결된 모든 장비는 결국 하나의 거대한 브로드캐스트 도메인 안에 놓이게 됩니다.
- 장비 한 대가 브로드캐스트 신호를 보내면 스위치에 연결된 모든 장비가 이를 수신한다
- 네트워크 규모가 커질수록 브로드캐스트 트래픽 자체가 늘어난다
- 결국 모든 장비가 불필요한 신호 처리에 자원을 소모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브로드캐스트 스톰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대규모 네트워크에서 심각한 성능 저하와 장애의 원인이 됩니다.
라우터, 브로드캐스트 도메인의 경계가 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장비가 바로 라우터입니다. 라우터는 네트워크 계층에서 동작하며, 서로 다른 네트워크 사이의 경계 역할을 합니다. 라우터는 기본적으로 브로드캐스트 신호를 다른 네트워크로 전달하지 않습니다.
- 라우터를 기준으로 네트워크 A와 네트워크 B가 나뉜다
- 네트워크 A에서 발생한 브로드캐스트는 네트워크 A 안에서만 퍼진다
- 라우터는 이를 넘겨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차단한다

그래서 대규모 네트워크를 설계할 때는 반드시 라우터, 혹은 라우터 기능을 포함한 레이어3 스위치를 이용해 네트워크를 여러 개로 쪼갭니다. 부서별로, 층별로 네트워크를 나누는 이유도 결국 하나의 브로드캐스트 도메인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정리, 두 도메인이 알려주는 장비 선택의 기준
콜리전 도메인과 브로드캐스트 도메인을 함께 놓고 보면 세 장비의 역할이 명확해집니다.
- 허브 – 콜리전 도메인도 브로드캐스트 도메인도 전혀 나누지 못하는 장비
- 스위치 – 콜리전 도메인은 포트별로 나누지만 브로드캐스트 도메인은 그대로 유지하는 장비
- 라우터 – 브로드캐스트 도메인 자체를 나누어 네트워크의 경계를 만드는 장비
작은 사무실이라면 스위치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장비 수가 많아지고 여러 부서나 여러 층으로 네트워크가 확장된다면 반드시 라우터를 이용해 브로드캐스트 도메인을 나누어야 합니다. 네트워크가 자꾸 느려진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회선보다 먼저 이 두 도메인이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부터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이 글은 콜리전 도메인과 브로드캐스트 도메인에 대한 일반적인 네트워크 이론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홍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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