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vs 스위치 vs 라우터”, OSI 7계층 – 허브는 왜 사라졌을까
들어가며
사무실 한켠에 놓인 네모난 상자, 다들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케이블이 여러 개 꽂혀 있고 불빛이 깜빡이는 그 장비,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할 수 있으신가요.
네트워크를 처음 공부하면 허브, 스위치, 라우터라는 이름부터 혼란스럽습니다. 셋 다 케이블을 꽂아 인터넷을 연결해 주는 상자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 차이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 주는 틀이 바로 OSI 7계층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물리 계층부터 네트워크 계층까지, 허브와 스위치와 라우터가 각각 어떤 계층에서 동작하고 무엇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분이든 실무에서 네트워크 장비를 다루는 분이든, 이 글을 읽고 나면 세 장비의 차이가 명확하게 정리될 것입니다.
OSI 7계층, 왜 알아야 할까

OSI 7계층은 국제표준화기구가 네트워크 통신 과정을 일곱 단계로 나누어 정리한 모델입니다. 물리 계층, 데이터링크 계층, 네트워크 계층, 전송 계층, 세션 계층, 표현 계층, 응용 계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 네트워크 장비를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는 구간은 하위 세 계층입니다.
- 물리 계층 – 전기 신호와 케이블, 커넥터를 다루는 가장 기본적인 계층
- 데이터링크 계층 – MAC 주소를 이용해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 프레임을 주고받는 계층
- 네트워크 계층 – IP 주소를 이용해 서로 다른 네트워크 사이의 경로를 결정하는 계층
허브는 1계층, 스위치는 2계층, 라우터는 3계층에서 동작합니다. 계층이 올라갈수록 장비가 인식할 수 있는 정보의 단위가 더 정교해지고, 그만큼 더 똑똑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1계층 허브, 전기 신호만 아는 장비
허브는 OSI 물리 계층에서 동작하는 가장 단순한 장비입니다. 허브가 인식하는 것은 오직 전기 신호, 즉 0과 1로 이루어진 비트뿐입니다. 주소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허브의 동작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한 포트로 신호가 들어오면 신호를 증폭한다
- 증폭한 신호를 연결된 모든 포트로 그대로 복사해 내보낸다
- 어느 장비가 받아야 할 데이터인지는 전혀 구분하지 않는다
이런 방식을 플러딩이라고 부릅니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르니 일단 모두에게 뿌리고 보는 셈입니다. 문제는 여러 장비가 동시에 신호를 보내면 신호끼리 충돌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콜리전이라고 하며, 허브에 연결된 장비가 많아질수록 네트워크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최근에는 실무 환경에서 허브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2계층 스위치, MAC 주소를 기억하는 장비
스위치는 OSI 데이터링크 계층에서 동작합니다. 허브와 달리 스위치는 각 장비가 가진 고유한 MAC 주소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MAC 주소는 네트워크 카드마다 하나씩 부여되는 물리적인 식별 번호입니다.
스위치의 동작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포트로 프레임이 들어오면 출발지 MAC 주소를 학습해 내부 표에 기록한다
- 목적지 MAC 주소를 확인하고, 표에 기록된 포트로만 프레임을 전달한다
- 표에 없는 새로운 주소라면 일시적으로 모든 포트에 전달한 뒤 학습을 이어간다
이런 방식을 포워딩이라고 부릅니다. 필요한 포트로만 데이터를 보내기 때문에 불필요한 트래픽이 줄고, 여러 장비가 동시에 통신해도 충돌 없이 각자의 경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가정이나 사무실 내부망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장비가 바로 스위치인 이유입니다.
3계층 라우터, IP 주소로 길을 찾는 장비
라우터는 OSI 네트워크 계층에서 동작합니다. 라우터가 다루는 주소는 IP 주소입니다. MAC 주소가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만 의미를 가지는 반면, IP 주소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구분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라우터의 동작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패킷에 담긴 목적지 IP 주소를 확인한다
- 내부에 저장된 라우팅 테이블을 참조해 목적지까지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계산한다
- 계산된 경로에 맞는 다음 장비로 패킷을 전달한다
이 과정을 라우팅이라고 부릅니다. 집에 있는 컴퓨터가 회사 서버나 해외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은 라우터가 서로 다른 네트워크 사이의 경로를 끊임없이 찾아 주기 때문입니다. 가정에서 흔히 쓰는 공유기 역시 라우터 기능을 포함한 장비이며, 여기에 스위치와 무선 접속점 기능까지 합쳐진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세 장비의 패킷 처리 흐름 한눈에 비교
같은 데이터를 세 장비에 각각 흘려보낸다고 가정하면 처리 방식의 차이가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허브는 데이터가 들어오면 연결된 모든 포트에 무차별로 복제해 내보냅니다. 스위치는 MAC 주소 테이블을 확인해 목적지가 연결된 포트 하나로만 데이터를 전달합니다. 라우터는 IP 주소와 라우팅 테이블을 근거로 최적 경로를 계산한 뒤, 필요하다면 완전히 다른 네트워크로 데이터를 넘겨줍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지능이 높아집니다.
- 허브 – 아무 판단 없이 모두에게 전달
- 스위치 –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 목적지를 골라 전달
- 라우터 – 네트워크 자체를 넘나들며 경로를 계산해 전달

정리, 언제 어떤 장비를 써야 할까
세 장비는 우열을 가리는 관계가 아니라 역할이 다른 관계입니다. 허브는 오래된 구조로 실무에서는 거의 대체되었고, 스위치는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 여러 장비를 효율적으로 연결할 때, 라우터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인터넷으로 나가는 관문이 필요할 때 사용됩니다.
집이나 사무실의 네트워크 구성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통신사에서 들어온 회선이 라우터를 거쳐 하나의 네트워크로 정리되고, 그 아래 스위치가 여러 컴퓨터와 프린터를 연결합니다. 허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장비가 되었습니다.
OSI 7계층이라는 틀 위에 세 장비를 올려놓고 보면, 왜 스위치가 허브보다 빠르고 라우터가 왜 인터넷 연결에 필수적인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됩니다. 다음에 네트워크 장비를 마주치면 전기 신호인지, MAC 주소인지, IP 주소인지, 그 장비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지부터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이 글은 OSI 7계층 모델과 네트워크 장비의 일반적인 동작 원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홍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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