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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은 주는데 이자는 느는”, 한국 기업들의 샌드위치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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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기업의 실적이 나빠지는 이유는 보통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한국 기업들이 마주한 상황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경기가 둔화되면서 매출 성장세는 둔해지는데, 동시에 금리가 오르면서 빌린 돈에 대한 이자 비용은 오히려 불어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쪽에서는 수요가 줄고 다른 한쪽에서는 비용이 늘어나는, 말 그대로 샌드위치 신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비용 인플레이션이라는 개념을 통해 금리 상승이 기업 이익을 어떻게 갉아먹는지, 그리고 이 압박이 한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비용 인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

인플레이션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발생한다고 설명됩니다. 하나는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서 물가가 오르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고, 다른 하나는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 자체가 올라 물가가 오르는 비용 인플레이션입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그리고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이 대표적인 비용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받는 요인이 바로 금리입니다. 기업은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이 자금을 빌리는 데 드는 비용, 즉 이자 비용이 함께 오릅니다. 이자 비용은 기업의 손익계산서에서 영업외비용으로 잡히지만, 결국 순이익을 갉아먹는다는 점에서는 다른 비용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금리 상승이 곧 기업에게는 비용 인플레이션으로 작용하는 셈입니다.

매출은 정체, 비용은 상승, 이중의 압박

문제는 금리가 오르는 시기가 대체로 경기 둔화 국면과 겹친다는 점입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 자체가 과열된 물가를 잡기 위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자연스럽게 경기 둔화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기가 둔화되면 기업의 매출 성장세도 함께 꺾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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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기업들이 처하는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매출 쪽에서는 소비 심리 위축으로 판매량이 줄거나 성장세가 둔화됩니다. 원가 쪽에서는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부담이 쉽게 낮아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재무 비용 쪽에서는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이 늘어납니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빼서 영업이익을 구하고, 여기서 다시 이자비용 같은 영업외비용을 빼서 순이익을 구하는 구조를 생각하면, 위아래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는 셈입니다. 매출이라는 위쪽 숫자는 커지기 어렵고, 비용이라는 아래쪽 숫자는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 겹치면서 순이익이 이중으로 훼손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더 아프다

이런 압박은 모든 기업에게 똑같이 오지 않습니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 즉 자기자본보다 빌린 돈의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금리 상승의 충격을 훨씬 크게 받습니다. 같은 매출 규모라도 이자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순이익이 크게 흔들립니다.

특히 건설업이나 부동산 관련 업종처럼 사업 특성상 차입 비중이 높은 산업, 그리고 성장을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 자금을 빌려온 기업들이 이런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됩니다. 반대로 현금성 자산이 풍부하고 차입금이 적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금리 상승기에도 버틸 체력이 있는 편입니다.

이자보상배율이라는 지표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이 값이 1보다 작다는 것은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금리 상승기에는 이 배율이 1 밑으로 떨어지는 이른바 한계기업의 비중이 늘어나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관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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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전망에 드리우는 그림자

이런 구조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매출 성장이 둔화된 상태에서 이자 비용 부담까지 커지면, 증권사들이 내놓는 이익 추정치도 하향 조정되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흐름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매출 성장률 둔화와 함께 영업이익률이 함께 낮아지는 업종이 늘어납니다
  • 이자비용 증가로 순이익이 영업이익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드는 기업들이 나타납니다
  • 신규 투자나 설비 확장 계획을 미루는 기업이 늘면서 중장기 성장 동력에도 영향을 줍니다
  •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일수록 회사채 발행 금리가 더 크게 오르면서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마치며

금리 상승이 기업에게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대출 이자가 조금 늘어나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경기 둔화로 매출이 정체된 상태에서 자금 조달 비용까지 오르면, 기업의 이익은 위아래에서 동시에 눌리는 샌드위치 압박을 받게 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의 실적을 살펴볼 때 매출과 영업이익뿐 아니라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같은 재무 건전성 지표를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

  •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통계 자료
  • 금융감독원 기업 재무비율 공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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