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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와 민주주의의 위기, “거짓말도 표현의 자유일까”

홍TV 읽는 시간 약 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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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있다. 출처도 불분명한 캡처 이미지, 그럴듯하게 편집된 영상, 그리고 순식간에 퍼지는 자극적인 제목의 게시물이다. 문제는 이런 정보들이 사실 확인 없이도 클릭 몇 번 만에 수십만 명에게 도달한다는 점이다. 팬데믹 시기에는 백신에 대한 근거 없는 괴담이 실제로 접종률을 떨어뜨렸고, 여러 나라의 선거에서는 조작된 정보가 유권자의 판단을 흔든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거짓 정보를 법으로 막자고 하면 곧바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반박이 나온다. 거짓을 말할 자유도 정말 보호받아야 하는 걸까.

가짜 뉴스는 왜 이렇게 잘 퍼지는가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지점은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더 빠르고 넓게 퍼진다는 사실이다. 자극적이고 감정을 자극하는 내용일수록 사람들은 더 쉽게 공유 버튼을 누르고, 알고리즘은 그런 반응을 다시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소셜미디어라는 플랫폼 구조가 더해지면서 거짓 정보는 검증을 거치기도 전에 이미 여론을 형성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한번 퍼진 잘못된 인식은 나중에 사실이 밝혀져도 쉽게 정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를 키운다.

가짜 뉴스가 만드는 실질적 피해

투표소를 흔든 것은 유권자가 아니었다

가짜 뉴스의 해악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두 영역이 선거와 공중보건이다. 선거 국면에서 유포되는 허위 정보는 유권자가 후보자나 정책을 잘못 판단하게 만들고, 심한 경우 투표 자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특정 후보에 대한 조작된 발언이나 가짜 여론조사 결과가 퍼지면 선거 결과의 정당성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공중보건 영역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백신이 위험하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퍼지면서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그 결과 이미 통제되었던 감염병이 다시 확산되는 사례가 실제로 보고되었다. 이는 단순한 의견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다른 유형의 표현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

백신을 거부하게 만든 그 한 줄

이런 피해를 근거로 일부에서는 명백히 검증 가능한 허위 사실, 특히 선거나 보건처럼 공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법적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여러 국가에서 선거 기간 중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 조항을 두고 있으며, 플랫폼 기업들 역시 자체적으로 허위 정보에 경고 라벨을 붙이거나 노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가 사실을 전제로 한 자유로운 토론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명백한 거짓을 퍼뜨려 타인의 판단을 조작할 권리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명예훼손이나 허위광고가 이미 법적으로 제재받는 것처럼, 공적 해악이 명백한 허위 정보 역시 같은 논리로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를 경계하는 입장, 팩트체크의 한계

반대편의 우려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는 문제로 모아진다. 과학적 사실조차 시간이 지나면서 수정되는 경우가 있고, 정치적 사안은 애초에 해석의 여지가 큰 경우가 많다. 오늘의 정설이 내일의 오류로 판명되는 일은 역사 속에서 드물지 않았다. 정부나 특정 기관이 진실 판정자의 역할을 맡게 되면, 그 권한이 정권에 불리한 보도나 소수 의견을 억누르는 도구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가짜 뉴스 방지법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이나 활동가를 처벌하는 수단으로 쓰인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또한 팩트체크 제도 자체도 완벽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팩트체크 기관의 판단 기준이나 선정 과정에 편향이 개입될 수 있고, 이는 오히려 특정 진영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결국 규제를 경계하는 쪽은 국가의 개입보다는 시민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높이고, 다양한 정보원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균형점은 어디에 있을까

이 논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진실성이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을 때 제대로 작동하며, 그런 의미에서 악의적이고 명백한 허위 정보를 방치하는 것 역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관건은 규제의 대상을 얼마나 명확하고 좁게 설정하느냐에 있다. 의견이나 해석의 영역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사실관계가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하고 공익에 중대한 해를 끼치는 경우로 범위를 한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플랫폼의 투명한 정보 유통 구조 개선과 시민 교육을 병행하는 다층적 접근이 함께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마무리

가짜 뉴스 문제는 단순히 거짓말을 처벌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어떤 정보 환경 위에서 작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법적 규제와 시민의 판단력, 플랫폼의 책임이 각자의 역할을 어떻게 나눠 맡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참고

각국의 선거 관련 허위정보 규제 법제, 세계보건기구 등의 백신 관련 허위정보 확산 연구, 팩트체크 기관 및 언론 보도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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