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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과 “표현의 자유”, 그 아슬아슬한 경계선

홍TV 읽는 시간 약 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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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인터넷 댓글창을 열어본 적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불편함을 느껴봤을 것이다. 특정 집단을 겨냥한 조롱, 비하, 혹은 노골적인 적대감이 담긴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오간다. 그런데 누군가 이런 표현을 규제하자고 말하면 곧바로 반대편에서는 “그럼 비판도 못 하냐”는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혐오표현 문제는 이렇게 항상 두 개의 정당한 가치, 즉 소수자 보호와 표현의 자유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어디까지가 자유이고 어디서부터가 폭력인지, 그 경계는 생각보다 훨씬 흐릿하다.

혐오표현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혐오표현은 흔히 인종, 성별, 성적 지향, 장애, 종교, 출신 국가 등 특정 속성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을 모욕하거나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을 가리킨다. 단순한 욕설이나 비속어와 구분되는 지점은 그 표현이 특정 속성을 가진 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하며, 실질적인 사회적 차별이나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데 있다. 문제는 이 정의 자체가 상당히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어떤 발언이 단순한 의견 표명인지, 아니면 특정 집단에 대한 조직적 적대감의 표출인지를 가르는 명확한 잣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표현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적 권리가 아니라는 데 있다. 명예훼손이나 협박이 이미 법적으로 제한되는 것처럼, 사회적 약자를 향한 조직적 혐오 역시 개인의 존엄과 안전을 위협하는 실질적 해악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독일, 프랑스 등 여러 유럽 국가는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특정 집단에 대한 선동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20세기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방치된 혐오 발언이 실제 폭력과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체감했고, 그 결과로 강도 높은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또한 온라인 공간에서의 혐오표현은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정신적 고통을 안기고, 나아가 특정 집단이 공적 담론 자체에 참여하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위축 효과를 낳는다는 점도 규제론의 중요한 근거다. 표현의 자유가 모두에게 동등하게 보장되려면, 역설적으로 소수자를 침묵시키는 혐오표현부터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혐오를 막으려다 입을 막는다면

규제를 우려하는 입장, 미끄러운 경사면

반대편에서는 혐오표현 규제가 필연적으로 미끄러운 경사면 효과를 부른다고 우려한다. 미끄러운 경사면이란 처음에는 명백히 문제가 되는 극단적 표현만을 규제하려던 법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넓은 범위의 표현을 억누르는 도구로 변질되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혐오표현 규제법을 운용해온 여러 국가에서는 정부나 특정 집단에 대한 정당한 비판, 풍자, 종교나 정치에 대한 논쟁적 발언까지 혐오표현으로 분류되어 처벌받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런 우려가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혐오표현의 정의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혐오이고 무엇이 정당한 비판인지를 판단하는 주체는 결국 정부 기관이나 법원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 판단 기준이 시대와 권력의 성향에 따라 얼마든지 확장되거나 자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 가치로 여기는 미국이 혐오표현 자체를 별도로 처벌하는 법을 두지 않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오랫동안 혐오스러운 내용의 발언이라 해도 그것이 즉각적인 불법 행위를 선동하지 않는 한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으로 판단해왔다.

표현의 자유에도 브레이크가 필요할까

두 입장 사이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결국 이 논쟁은 단순히 어느 한쪽이 옳고 그르다는 문제로 정리되지 않는다. 소수자 보호와 표현의 자유는 둘 다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가치이며, 어느 하나를 절대화하면 다른 하나가 심각하게 훼손될 위험이 있다. 규제를 지지하는 쪽은 실질적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규제를 경계하는 쪽은 그 장치가 결국 권력에 의해 남용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둘 다 나름의 역사적 근거와 현실적 우려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중요한 질문은 “규제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정교하게 경계를 그을 것인가”에 가깝다. 처벌 대상이 되는 표현의 범위를 얼마나 구체적이고 좁게 규정하는지, 그 판단 과정에 얼마나 투명하고 독립적인 절차를 두는지, 그리고 규제 이후에도 정당한 비판과 풍자의 공간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가 논의의 실질적인 핵심이 되어야 한다. 자유와 안전은 원래부터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 정교한 설계를 통해 함께 지켜낼 수 있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마무리

혐오표현과 표현의 자유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가는 정답이 정해진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계속해서 논의하고 재조정해야 할 살아있는 질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논쟁을 감정적인 진영 대결로 소비하지 않고, 각 입장이 지키려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태도일 것이다. 그래야만 소수자를 보호하면서도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살아 숨 쉬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참고

유럽 국가들의 혐오표현 규제 관련 형법 조항, 미국 연방대법원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국내외 언론 및 학계의 혐오표현 논쟁 관련 보도와 연구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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