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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안 지고 이만큼 번다면, “주식을 살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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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투자 업계에는 티나라는 줄임말이 한동안 유행했습니다. 데어 이즈 노 얼터너티브, 즉 주식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뜻입니다. 오랜 저금리 시대에는 예금이나 채권에 돈을 넣어봐야 이자가 물가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수익을 내려면 결국 주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 공식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 국채금리가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꽤 괜찮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안이 다시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티나 시대가 왜 저물고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글로벌 자산 배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티나 시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오랫동안 기준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습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그 부작용 아닌 부작용으로 예금과 채권의 매력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은행에 돈을 넣어도, 안전한 국채를 사도 손에 쥐는 이자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투자자들이 실질적으로 자산을 불릴 수 있는 통로는 사실상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위험자산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투자자들조차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주식 시장에 자금을 밀어 넣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식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이 구조적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바로 티나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게 된 배경입니다.

국채금리 상승이 뒤집은 계산법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끌어올리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앞서 여러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미국 국채금리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이자를 제공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셈법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국채에 돈을 묻어봐야 연 1퍼센트 안팎의 이자밖에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국채 종류에 따라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확정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위험을 거의 지지 않고도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선택지가 다시 생긴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굳이 주가 하락 위험을 감수하면서 주식을 들고 있을 이유가 예전만큼 강력하지 않게 됩니다.

특히 주식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과 국채로 확정할 수 있는 수익률의 차이, 이른바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 좁혀지면 이 계산은 더욱 국채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주식이 국채보다 위험한 만큼 그에 걸맞은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격차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투자자들은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이 나쁘지 않은 국채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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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배분이 실제로 이동하는 모습

이런 변화는 실제 자산 배분 흐름에서도 확인됩니다. 대형 기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조정 움직임, 국채 관련 펀드로의 자금 유입 확대, 그리고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예적금이나 채권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흐름이 여러 시장에서 동시에 관찰됩니다.

이런 배분 이동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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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를 앞두었거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원하는 투자자일수록 국채나 채권형 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 성장주처럼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자산일수록 상대적으로 자금 이탈의 영향을 더 크게 받습니다
  • 기관 투자자들의 자산배분 모델에서도 채권 비중을 다시 늘리는 방향으로의 조정이 이루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 주식 시장 전반의 신규 자금 유입 속도가 예전만큼 가파르지 않다는 관찰도 함께 나옵니다

티나의 종말이 시장에 주는 의미

티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채권이 조금 더 매력적인 자산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주식 시장이 더 이상 손쉬운 독점적 지위를 누리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주식이 계속 자금을 끌어모으려면 국채 대비 확실한 초과 수익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부담을 새롭게 안게 됩니다.

이는 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대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다소 비싼 밸류에이션도 용인되던 종목들이, 이제는 국채라는 뚜렷한 대안과 비교당하며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마치며

주식 외엔 답이 없다던 티나의 시대는 초저금리라는 특수한 환경이 만들어낸 산물이었습니다. 국채금리가 정상화되면서 투자자들은 다시 위험과 수익을 저울질할 수 있는 진짜 선택지를 갖게 되었고, 이는 글로벌 자산 배분의 흐름을 다시 짜는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투자를 할 때 이제는 주식만이 아니라 채권이라는 대안이 항상 저울 반대편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

  • 국제 자산운용사 글로벌 자산배분 동향 보고서
  • 주식 위험 프리미엄 관련 학술 연구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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