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83.5%가 일시금?” 4년 반 만에 빈손이 된 은퇴자들
들어가며
퇴직할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 중 하나가 있습니다.
“퇴직금, 그냥 한 번에 받으면 안 될까?”
몇십 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아온 돈인 만큼, 퇴직하는 순간 목돈으로 받아 집을 고치거나 대출을 갚거나 투자에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최근 퇴직연금과 관련해 꽤 눈길을 끄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에서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은 은퇴자 가운데 5명 중 1명은 남은 자금이 전혀 없는 상태였으며, 자금을 모두 소진한 사람들의 평균 소진 기간은 올해 조사에서 약 4년 반으로 나타났습니다. 2017년 5년 반, 2022년 5년에서 점점 짧아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목돈으로 받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퇴직 후 수십 년 동안 사용할 돈을 어떤 방식으로 꺼내 쓸 것인가입니다.
목돈으로 받으면 왜 빨리 사라질까?
퇴직을 하면 매달 들어오던 월급이 사라집니다.
그런데 통장에 갑자기 큰돈이 들어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평소에는 한 달 생활비를 월급 범위 안에서 관리하지만, 퇴직금으로 수천만 원이나 수억 원이 들어오면 심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의 규모가 커졌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자동차를 바꾸거나, 주택을 수리하거나, 자녀에게 지원하거나, 여행을 다니거나, 투자상품에 가입하는 등 여러 가지 지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퇴직 이후에는 새로운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돈을 사용해도 다음 달 월급이 들어오지만, 퇴직 후에는 한번 빠져나간 돈을 다시 채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목돈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목돈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소비하느냐가 핵심이 됩니다.
“연금 받을걸”이라는 후회도 늘었다
이번 미국 조사에서 더 주목할 부분은 돈을 모두 써버린 사람의 비율만이 아닙니다.
일시금을 받은 뒤 첫해에 목돈을 지출하고 후회한다는 응답은 2017년 33%에서 올해 61%로 증가했습니다.
또 고용주가 연금 전환 옵션을 제공했음에도 일시금을 선택한 사람 가운데 “연금을 선택했어야 했다”고 답한 비율도 46%까지 높아졌습니다.
반대로 월 연금을 선택한 은퇴자의 93%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연금 수령의 장점으로는 재정적인 안정감과 심리적인 안정감이 꼽혔습니다. 매달 일정한 돈이 들어오면 최소한의 생활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연금이 정답일까?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받는 것이 무조건 정답은 아닙니다.
개인의 자산 규모와 건강 상태, 주택 보유 여부, 부채, 다른 연금소득, 투자 경험 등에 따라 적절한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미 국민연금이나 다른 연금으로 충분한 생활비가 확보되는 사람이라면 퇴직연금 일부를 목돈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퇴직 후 특별한 소득이 없고 퇴직연금이 사실상 노후 생활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면, 한꺼번에 받기보다는 일정 기간에 걸쳐 나누어 받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일시금이냐 연금이냐”를 단순하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퇴직 후 매달 얼마가 필요한지를 먼저 계산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시금 선택이 더 많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국내 상황입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수급을 시작한 사람은 약 60만1000명이었고, 이 가운데 83.5%인 50만2000명이 일시금으로 수령했습니다.
연금 형태로 받은 사람은 16.5%인 9만9000명에 그쳤습니다.
즉 우리나라에서도 퇴직연금을 노후에 매달 받는 연금보다는 목돈으로 받는 선택이 훨씬 많은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일시금 수령이 무조건 잘못된 선택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퇴직 이후 20년, 30년 이상 생활해야 할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퇴직하는 순간 받은 목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얼마나 받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쓰느냐’가 중요하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퇴직연금 계좌에 얼마가 쌓였는지가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은퇴 이후에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퇴직연금이 2억 원 있다고 해도 매달 생활비로 300만 원씩 사용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약 5년 반 정도밖에 버티지 못합니다.
물론 실제로는 투자수익이나 물가, 세금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 계산과 실제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계산만으로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노후자금은 총액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매달 얼마를 사용하고, 몇 년 동안 사용할 것인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필요한 생활비를 연금 형태로 확보하고, 나머지 자산은 유동성을 유지하면서 관리하는 이른바 부분 연금화 방식도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퇴직 전에 반드시 계산해봐야 할 것
퇴직을 앞두고 있다면 “일시금으로 받을까, 연금으로 받을까?”부터 고민하기보다는 다음 질문부터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퇴직 후 매달 필요한 생활비는 얼마인가?
둘째, 국민연금이나 다른 연금으로 확보되는 금액은 얼마인가?
셋째, 퇴직연금에서 매달 부족한 생활비는 얼마인가?
넷째, 주택담보대출이나 기타 부채가 남아 있는가?
다섯째, 예상보다 오래 살게 되더라도 생활비를 유지할 수 있는가?
이렇게 계산해 보면 퇴직연금을 한꺼번에 받을 필요가 있는지, 일부만 목돈으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연금으로 받을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퇴직연금은 퇴직하는 순간 끝나는 돈이 아니다
퇴직금을 받는 순간에는 큰돈이 생겼다는 생각이 먼저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직장생활의 마지막 보너스가 아니라, 앞으로의 월급을 대신해야 하는 노후 생활비일 수 있습니다.
한 번에 받은 돈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쉽게 사용할 수 있지만, 매달 들어오는 연금은 생활비라는 목적이 명확합니다.
그래서 은퇴 이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고 싶다면 단순히 “얼마를 받을 수 있는가”만 따질 것이 아니라 “이 돈으로 몇 년 동안 생활할 수 있는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물론 연금 역시 물가 상승, 수익률, 유동성, 상품 조건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모든 자금을 연금에 묶어두는 것 역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자신의 생활비와 다른 소득원을 먼저 계산하고, 필요한 만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한 뒤 나머지 자산을 유동적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마무리
이번 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핵심은 단순합니다.
퇴직연금을 어떻게 받을 것인지는 ‘목돈을 받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노후에 돈이 떨어지지 않도록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미국 조사에서 일시금을 받은 은퇴자 가운데 5명 중 1명이 자금을 모두 소진했고, 소진까지 걸린 기간도 평균 4년 반으로 짧아졌다는 결과는 노후자금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퇴직연금 수급자의 상당수가 여전히 일시금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퇴직을 앞둔 사람이라면 더욱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받는 순간보다 받은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지금 당장 목돈이 필요한지, 아니면 20년 뒤에도 매달 생활비가 필요한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 그것이 퇴직연금을 제대로 활용하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 이 글은 퇴직연금 수령 방식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와 최근 조사 결과를 정리한 내용이며, 개인의 자산 상황에 따라 적합한 선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홍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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